말씀 묵상
하나님은 자비를 베푸는 분이시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비를 얻은 사람의 마음대로 행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그 사람의 저항에 굴복하지 않으시며 그가 제멋대로 행하도록 승인하지 않으십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나님이 그를 무시하시는 것 또한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다만 그에게 자기 자신을 주장하시며 그를 굴복시키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 사람 안에 자신의 선한 뜻이 이루어지도록 하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자비를 얻은 사람이 베드로와 같이 소리치지 않는다면, 하나님에 대한 참된 믿음이 생겨날 수 없습니다. 오직 믿는 사람만이 그렇게 외칠 수 있기에, 그렇게 외치는 자만이 하나님을 참되게 믿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은혜를 발견하지 못하고,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은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도리어 심판을 회피하고자 하며 심판을 감추고자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사람이야말로 심판을 받을 따름이며 영문도 모른 채 심판에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 사람은 하나님께 굴복하지 않으며 회개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에 대해 깨닫지도 못하며 하나님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절망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경계선에 서 있습니다. 한 쪽에는 창조주와 주님이 되시는 하나님이 계시고, 다른 쪽에는 인간이 있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피조물이자 죄인이며 육신의 욕망과 갈등을 겪으며 살아갑니다. 이 경계선은 어쩌면 골짜기라고 표현하는 게 더 옳은 것처럼 보입니다. 인간은 이 깊고도 깊은 골짜기를 스스로 건널 수 없으며 오직 하나님만이 이 골짜기를 넘어가실 수 있습니다.
창조주이자 주님이신 하나님께서, 동시에 인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버린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오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이 자기 자신을 인식할 수 있도록 자신을 선물로 주셨고, 인간의 하나님이 되셨습니다. 하나님은 죄인의 하나님, 인간의 하나님, 육신의 욕망으로 가득한 이의 하나님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으시며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렇듯 경계선을 넘어오심으로써 인간은 하나님의 심판을 이미 받았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은 하나님의 영광을 받았고 하나님의 소유물로 인정되었으며, 하나님의 품에 안겨 하나님의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친구이자 자녀라 불리게 되었고, 이런 대접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화해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향해, 인간을 위해 경계선을 넘으셨습니다. 이 일을 우리가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이것이 이해될 수 있다면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의 사건 안에서만 이해될 따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