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악마는 예수를 예루살렘으로 이끌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여기에서 뛰어내려 보아라."
말씀 묵상
사탄은 하나님의 성전이라는 장소에서 다윗의 시편을 인용하면서 예수님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의 시험은 '하나님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라'는 요구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에게 하나님을 향한 신뢰만큼 중요한 게 무엇이 있을까요? 게다가 예수님께서는 앞의 두 시험에서 하나님의 말씀대로만 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시험은 언뜻 보기에는 오히려 선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예수님께서 뛰어내리셨다면 이는 자신의 유익을 위해 하나님을 이용하는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위해 하나님을 시험한 것이기 때문이며, 하나님께서 옳다고 여기시는 일을 꿈꾸기보다 하나님과 함께 의기양양하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예수님은 마지막 시험을 통해서 하나님을 시험하는 가장 큰 악행을 범하셨을 겁니다.
이 악행은 하나님을 얼마나 강력하게 믿고 있는지를 증거로 보여달라고 하나님께 조르는 일입니다. 자신의 신앙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를 드러내고자 하는 일입니다. 모두를 향한 하나님이 아니라 경건한 인간의 하나님이 되어 달라고 요구하는 일입니다. 이는 죄인과의 사귐을 회피하는 일이며 죄인의 대변자로 사는 자신의 운명을 저버리는 일입니다. 그렇게 하나님과 화해하지 못한 인간을 그대로 방치하셨을 겁니다. 결국 이 시험은 하나님을 가장 완전하게 믿는다는 핑계 아래에서 하나님을 가장 완전하게 부인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종교적 욕망을 예리하게 분별하시고 가장 높은 죄의 형태로 여기셨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그분께서는 요한의 세례에 충실하시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에 힘쓰셨습니다. 죄를 범하지 않고 순종하시며, 우리 대신에, 우리를 의롭게 만드시기 위해, 그리고 세계와 하나님의 화해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하는 올바른 일을 하셨습니다.
말씀 거둠
종교적 욕망은 가장 더러운 죄입니다. 신앙적인 이름을 덧붙인다고 하더라도 그 욕망은 선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가장 욕보이는 일입니다.
거둠 기도
시험을 이기신 주님, 우리도 당신처럼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게 하시고 순간의 욕망에 눈이 멀지 않게 해 주세요.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험을 넉넉히 이기도록 함께 해 주세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