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당신의 아들 안에서 말씀하셨다." 인간의 삶이 지닌 깊은 의미가 우리에게 드러났습니다. 아기 예수는 모든 하찮은 가치들을 뒤집습니다. 그는 우리의 언어로 말하고 우리의 시야에 맞추어 신비에 싸인 자신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오만한 다른 세속적 가치를 내세울 게 아니라 인간적인 것이 거룩해질 수 있음을, 하나님께서 우리를 온전케 하실 수 있음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분의 본질에 대한 고도의 사유가 거룩해질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모든 삶은 그분에게 사로잡혀 있기에 우리가 어디에 있든 어느 단계에 있든지 그분은 우리에게 닿으실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관한 복음은 신적 본질이 지닌 신비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이제 우리는 캐서린 성인이 '거대한 신성의 바다'라 부른 것, 우리의 삶 전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작디작은 조각에 불과한 우리는 그분의 존재가 지닌 깊이와 풍요로움을 온전히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랑이신 무한한 생명은 당신의 생각을 전해주려는 마음에, 이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시기에 당신이 사랑하는 이를 관통하여 이 세상 구석구석 모든 곳에 살아계십니다. 그분은 자신의 마음이 지닌 가장 깊은 곳의 비밀들을 이 작고, 덧없어 보이고, 불완전한 탄생을 통해 보여주셨습니다. 이는 굉장한 일입니다.
천국이 열리자 무엇이 드러났습니까? 아기가, 하나님께서 육체를 입고 나타나셨습니다. 마구간의 구유에서, 지푸라기 묶음 위에서, 비천하고, 춥고, 어두운 가운데 나타나셨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두고 신적 선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기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궁극적인 메시지를 영혼에게 인간적인 방식으로 전하셨습니다. 성령이 인간의 영에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바깥에서는, 천국이 열리고 들판에 있던 목자들이 자신들을 둘러싸고 울려 퍼지는 음악과 찬란하게 빛나는 실재의 빛에 놀람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안에서는, 저 실재와의 내밀한 만남이 한 아이의 탄생이라는, 가장 단순하고도 익숙한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에서 드러났습니다. 축복받은 처녀 마리아는 공중에서 천사들을 보지도, 공중에서 울려 퍼지는 영광의 외침을 듣지도 못했습니다.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눅 1:38) 그녀는 깊은 기도 안에서 고요하게 응답했습니다. 겸손한 자기 비움만으로도 우리는 하나님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