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우리는 창조하시는 성령의 대리인입니다. 영적인 삶에서 진정한 진보란, 이것을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르는 일들을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잡지를 넘기며 멋진 기계들의 사진을 감상할 게 아니라, 작업복을 입고 일해야 합니다. 진정한 영적인 삶은 수직적인 만큼 수평적이어야 하며, 점점 더 그 폭을 넓혀야 합니다. 그저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우리 삶과 세상에 대해 넓고, 보다 충만하고, 보다 풍요롭고, 보다 관대한 관심과 흥미를 가져야만 합니다. 집안일과 같은, 우리 삶의 실질적인 일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만 합니다. 영적인 삶이란 우리가 속한 생명의 아버지께 우리 삶을 봉헌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작고 볼품없는 사업을 자기 마음대로 운영하는 대신 하나님의 영이 주관하시는 광대한 사건에 작게나마 참여하려는 갈망에서 나옵니다.
이제, 온갖 것들이 뒤섞인 일상으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 삶은 집과 일터, 지하철과 비행기, 신문과 영화, 라디오와 텔레비전, 이것들과 뒤엉킨 문제들, 주장들, 요구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는 이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일상생활이 갖는 소박한 한계 안에서 어떻게 그분의 뜻에 협력할 수 있을지를 생각합니다. 삶에 대해 영적인 관섬을 유지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 영적인 관점에 따라 매일 매일 조화롭게 행동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일입니다. 영적인 관점이란 사물이나 사람, 선택을 영원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들을 재료로 삼아 그 안에서 성령이 일하신다고 간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관점이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의무에 대한 우리의 행동방식을 결정합니다. 우리가 읽는 신문, 우리가 지지하는 운동을 결정하며, 우리가 뽑는 공직자, 사회적, 국제적 정의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결정합니다. 때로는 우리 자신을 위해 이 세계와 멀리 떨어져 살아가거나 이 세상으로부터 무엇인가 얻기를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성령이 하시는 일에 협력하는 차원에서, 영적인 관점에 따라 실천하며 그분의 뜻을 행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영성과 정치가 무관하다는 일반적인 관념은 전혀 진실이 아닙니다. 저 관념을 참다운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모든 면에서 영적인 삶은 정치와 관련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하나님과 이 세계에 대한 어떤 신념이란, 곧 우리 삶의 영적, 도덕적 명령입니다. 우리는 제한적으로나마 우리 손에 놓인 세상의 한줌을 살아가며, 이 신념, 이 명령에 따라 우리의 행동을 결정해야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