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을 떠나며 날마다 새기고 있는 기도가 있어요. <순례자의 기도>라는 기도인데요. 내일 아침 하루를 시작하면서 한 번 낭송해 보세요. 그리고 이 기도가 여러분의 삶을 어떻게 빚어가게 될지 한 번 살펴 보세요. 저는 우리의 기도가 우리의 존재 가운데 새겨져 우리의 삶을 조율해 갈 거라고 믿어요.
순례자의 기도
제 영혼의 보호자시여
오늘 하루 길 가는 저를 인도하소서
해를 당하지 않도록 지켜 주소서
주님과, 주님의 땅과, 주님의 온 가족과
관계가 더욱 깊어지게 하소서
제 안에 주님의 사랑이 강건하여져서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제가
주님의 평화의 임재가 되게 하소서
아멘
- 조이스 럽, 톰 페퍼
#2 응 "거 한 번쯤 쉬어 가도 괜찮잖아" 아니야.
한 번 나누긴 했지만, 뉴욕에서의 일정을 꽉꽉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일정은 간단했어요. (안 간단하다고 생각하시면 어쩌지!) 라 에스퀴나라는 멕시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디즈니 스토어에서 조카 선물을 교환하고,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서 바나나 푸딩을 먹고, 블루 보틀에서 라떼를 마시고, 센트럴파크를 가로 지르며 걷고,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관람을 하고, 다시 센트럴파크에서 산책하면서 걷다가 위의 사진처럼 누워서 책을 읽었어요. (잠깐 잠든 건 안 비밀!) 그러다가 후배 부부가 데리러 와 줘서 저녁 먹고 집에 들어 갔고요.
사실 평소에는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거 말고는, 두 곳 이상의 장소를 방문했는데요. 오늘은 구겐하임 미술관 제외하면 크게 간 곳이 없어요. 구겐하임 미술관도 크지는 않아서 구경하는 데에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고요. 그런데 저는 오늘 너무 좋더라고요. 센트럴파크에서 드럼, 기타, 콘트라베이스, 트럼펫으로 구성된 쿼텟의 버스킹도 좋았고요. 센트럴파크에서 마주칠 때마다 인사하는 사람들도 좋았고요. 배 나온 청설모나 강아지, 바람 부는 소리나 아이들 웃는 소리가 랜드마크의 풍경보다 훨씬 좋았던 것 같아요. 언젠가 미국 여행을 생각하면 저는 이런 풍경들을 기억할 것 같아요.
#3 비근한 일상으로
어제 새벽 3시 정도에 잠에 들었어요. 아침 7시에 새힘이랑 로이(본명은 박새로이)가 노는 소리에 깼고요. 뉴욕에서의 일정이 체력 소모가 심한 편이라서 잘 자는 게 중요한데, 오늘 잠을 그렇게 충분히 잔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 좀 됐어요. 그래도 오늘 하루의 행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잘 버티면서 살아 낸 것 같아요. 민제랑 은지네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집에 와서 처음으로 빨래를 돌렸답니다. 그리고 빨래를 돌리면서 새로운 사실을 하나 깨달았어요.
얼른 자고 싶었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 그러니까 '빨래를 하고, 옷을 널고, 옷을 개는 그 비근한 일상으로 아름답고 충만한 날들이 만들어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일이 아름다운 시간이 될 거라면 오늘 그 시간을 준비했기 때문일 테니까요.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평소와 같은 시간이 아니라 여행이라는 특별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데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날마다 심는 씨앗이 특별한 경험과 만나서 발아하게 되고 열매를 맺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여러분도 그렇게 날마다 비근한 일상을 살아내며 성실하게 파종하고 계실텐데요. 여러분이 심은 씨앗이 어떻게 열매를 맺게 될지 한 번 기대하며 기다려 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