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뉴욕 여행 둘째 날이지만, 사실 오롯이 혼자 여행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어제는 친구 가족이랑 같이 다니면서 음식 주문이나 이동하는 것도 다 친구들을 의지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저 혼자 힘으로 해내야 했어요. 그래서 저는 집 밖으로 나서면서부터 사실 상당히 쫄아 있었어요. 버스기사님이 거스름돈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하면 어떻게 하지, 지하철 7일짜리 티켓은 어떻게 사야 하는지 꽤 걱정했어요. 그런데 지하철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7일권 티켓을 사서 보니, '별 거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거창한 걸 해낸 건 아니에요!)
걱정하는 문제가 그렇게 대단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해낼 수 없을 것처럼 보여도 막상 적응하면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작은 일이지만 혼자서 무언가를 해낼 때마다 더 확신하게 됐어요. 이 모든 것들은 실제로 혼자가 되어 보면서 더욱 더 생각하게 된 거고요.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그렇게 혼자가 되어 보는 경험이 필요한지도 몰라요. 누군가의 가능성과 능력을 대면하게 하고, 평소에는 발견하기 어려운 성장과 성숙의 정도를 가늠하게 해 주니까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 왔어요. 오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험은 나를 성숙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 기억의 종교
오늘 다양한 장소(센트럴파크, 쉑쉑버거, 인텔리젠시아 커피, 첼시 마켓, 하이 라인)에 방문했는데요. 그 중간에 9/11 메모리얼 홀은 꼭 방문하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의 저에게 매우 충격적이었던 9/11 사태를 미국이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꼭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건물이 있던 장소는 마치 폭포와 같이 물이 아래로 흐르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새겨진 건축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는데요. 마치 세상을 떠난 이들을 향해 흐르는 눈물을 가시적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그들을 향한 추모의 영원함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꼭 그런 의미처럼 곳곳에 놓여져 있는 꽃들은 그런 의미를 더욱 드러나게 했고요.
사람이 죽는 건 누군가의 기억에서 잊혀질 때라는 어느 만화의 대사가 있는데요. 이 말은 기억을 통해 세상을 떠난 이들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한다고, 우리에게 죽은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주는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는 말이기도 해요. 2,000년 전에 세상을 떠난 나사렛의 한 청년의 부활이 의미하는 바도 꼭 그렇지 않은가요? 우리가 주님을 믿고 신뢰하며 주님의 길을 좇는 건, 그렇게 주님과 관계하며 산다는 것은, 주님이 죽은 존재가 아니라 부활하셔서 살아 있는 존재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예요. 그리스도교의 중심에는 그렇게 '기억'이 자리하고 있어요. 매 주일마다 주님을 기억함으로써 우리는 십자가와 부활을 오늘의 삶에 위치시키고 있으니까요. 우리의 신앙은 기억의 반복을 통해서 더욱 더 성숙해지고 깊어지게 돼요.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다는 건 기억한다는 거니까요.
#3 텍스트만 건네는 게 아니라
어제 말씀 드린 것처럼 뉴욕 여행에서 느낀 점들을 여러분들에게 정리해서 건네는 게 이 콘텐츠의 본질인데요. 오늘은 문득 텍스트만이 아니라 여러분들에게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경험을 건네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끔씩 제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영상(예: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셀레브 인터뷰)을 보곤 하는데요. 어떤 영상은 그렇게 화면과 스피커를 넘어 우리 마음에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여러분의 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두 가지 힐링 영상(?)을 찍어 왔어요. 한 번 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