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처음부터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무에서 왔으며 무를 향해 갑니다. 우리의 몸과 영혼은(그리스도교는 몸과 영혼이 분리되어 있다는 영육이원론을 믿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교는 몸과 영혼이 하나라는 영육일원론을 믿습니다) 존재하지 않았다가 언젠가 존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말은 곧 우리가 처음부터 무의 위협을 받았다는(말 그대로 없었기 때문에 존재의 이유 등이 없다는 차원에서) 말입니다. 그게 우리의 존재에 드리워진 그늘이고 우리의 한켠에서 함께 하는 결함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그늘과 결함을 지닌 채로 미래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늘과 결함은 언젠가 우리의 현실이 될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에게는 현재나 미래가 허락되지 않을 것이고 과거에 불과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자가 될 거라는 사실은 우리를 규정하는 데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사실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우리의 존재를 둘러 싸고 있는 두려움입니다. 비록 우리가 자주 상기하지 않으며 그렇기에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어서 안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는 실제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미래 역시 허락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존재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되어 버리는 상황은 아직 우리에게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던 상황에서 존재하며 충만한 의미를 지닌 존재로 살게 된 상황은 이미 우리에게 발생했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 상황의 토대에서 이를 의지하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과 같이 존재하며, 앞으로도 그렇게 존재할 것입니다.
말씀 거둠
죽음은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고유한 현실이지만 동시에 생명은 우리 삶의 토대가 되는 본질입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만 있는 게 아닙니다. 삶에 대한 경탄과 찬양 역시 우리에게 있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살아 있음으로 충만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둠 기도
우리를 무로부터 창조하신 하나님, 우리는 없었고 없게 되겠지만 동시에 우리는 있게 되었고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를 만드시고 우리에게 영원을 허락하신 당신께 감사하고, 우리의 생명과 충만한 의미에 감탄하며 살 수 있도록 인도해 주세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