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처음, 우리는 그 곳에서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곳에 있지 않았으며 매일마다 그 시간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는 언젠가 하나의 목표점에 도달하게 될 겁니다. 그 때가 되면 현재를 뒤따르는 미래도 존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가운데 불안을 겪게 될 겁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불확실함을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시작보다는 우리의 끝을 자주 생각하곤 합니다. 왜냐하면 시작은 너무나도 자명하게 주어져 있는 것으로, 우리가 볼 수도 없으며 이미 종료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작은 우리에게 아무런 걱정도 가져다 주지 않습니다.
오래된 독일 속담은 이 둘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왔지만, 어디에서 왔는지 모릅니다. … 나는 가지만,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내가 아직 즐겁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는 가지만,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는 말에 근심합니다. 내가 아직 즐겁다는 것이 놀랍다는 속담을 낯설게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의 존재가 무(無)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그러니까 그냥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 떄문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단순한 환영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우리의 불안의 근거를 생각하면서 불안의 합당함에 대해서 헤아려 보아야 합니다.
사실 인간은 처음부터 공포를 간직한 채 존재해 왔습니다. 우리의 삶과 우리의 시간이 뒤집을 수 없는 방향을 취하기 때문에, 그 공포는 종말에 대한 공포로 변모하여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공포의 본질은 우리가 가진 시간의 유한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의 생명이 언젠가 시작되었고 언젠가 끝나게 된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종말을 생각할 때 우리가 불안해 하는 이유입니다.
말씀 거둠
우리의 유한성, 곧 우리가 부족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하나님을 더욱 더 의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그렇기에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은 완성된 인간보다, 유한하고 한계가 있는 인간이 더욱 더 완전한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목표는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부족함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나아 오라는 초대장입니다.
거둠 기도
시간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우리는 시간의 유한함과 우리의 존재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존재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닌가, 그저 아무 것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를 선한 곳으로 인도하시는 당신을 더욱 더 의지합니다. 불안에서 일어나 당신에게로 더욱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세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