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이 왕으로 세워지게 된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왕을 간절히 열망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사무엘상 15장 35절은 하나님께서 사울을 왕으로 삼으신 것을 후회하셨다고 말하고 있어요. 사울이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이 일로 인해 가장 많이 마음이 어려웠던 사람은 사무엘인데요. 하나님은 그런 사무엘의 눈길을 돌려 희망찬 미래를 바라보게 하세요. 바로 사울이 아니라 새로운 왕을 왕으로 삼으시겠다는 계획을 알려 주신 거예요. 물론 이 일은 사울에게는 비밀이어야 했지만요.
사무엘이 이새를 만나기 위해서 베들레헴에 갔는데, 베들레헴에 있는 장로들이 두려움에 떨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예언자들이 자주 재난을 예고했기 때문에 그들은 '베들레헴이 무슨 잘못을 했나? 그래서 우리는 이제 재난을 겪게 되는 것인가?'하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래서 사무엘은 그런 거 아니라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왔다고 그들을 안심시켜 주고 있어요. 사무엘이 이새와 그의 아들들을 만나고 엘리압을 보자마자 바로 생각해요. '주님께서 기름부어 세우시려는 사람이 정말 주님 앞에 나와 섰구나' 사무엘은 그에게서 사울의 용맹함을 보았던 거예요.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성서 구절 중에 하나가 등장해요. 바로 7절이에요.
"너는 그의 준수한 겉모습과 큰 키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그는 내가 세운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처럼 그렇게 판단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겉모습만을 따라 판단하지만, 나 주는 중심을 본다."
엘리압에게서 사울이 가진 장점을, 그가 생각하기에 왕다운 모습을 보았던 사무엘에게 하나님께서 말씀하세요. 사람은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중심을 보신다고요. 사울의 실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울과 같은 용모와 키를 보았던 사무엘에게 하나님께서는 왕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신 거예요. 왕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라고요.
이새의 다른 아들들을 계속해서 보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택하지 않으셨어요. 그러다가 밖에서 양을 지키고 있는 다윗을 보고 사무엘은 기름을 부었고, 그 날 이후로 다윗은 하나님의 영에 크게 사로잡히게 돼요. 오늘의 본문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특징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어요. 하나님 나라는 세속의 문법에 대조적인 공동체이자 대항하는 공동체이며 대안이 되는 공동체라고 어제 말씀 드린 것처럼, 그리스도교 신앙은 사람을 전혀 다른 기준으로 바라보고, 삶을 전혀 다른 문법으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