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서 2장 13절에서 사도 바울은 다음과 같이 말해요. "하나님은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셔서, 여러분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릴 것을 염원하게 하시고 실천하게 하시는 분입니다." 바로 이 말씀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내용들을 삶에 적용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에요. 우리는 어떤 신앙적인 내용을 곧이 곧대로 따르거나 문자적으로 무조건 따르지 않아도 돼요.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의 넓이가 없는 이들에게 세계 만민을 향한 사랑을 요구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듯이, 자신의 신앙 안에서 기쁨으로 행할 수 있는 만큼만 행하면 돼요. 성서는 무조건 행하라고 하지 않고 기쁘게 할 수 있는 만큼만 행하라고 말하니까요.
십일조는 지역 성소를 유지하는 데에 쓰이는 예물이었어요. 그러나 하나님께 드려지는 제사가 한 성소에서만 이루어지게 되면서 십일조에도 변화가 생기게 되었어요. 그 성소와 물리적 거리가 있는 사람들은 멀리까지 가서 제물을 바치는 대신 하나님 앞에서 십일조로 드려지는 예물을 먹게 된 거예요. 그래서 이들은 하나님께서 자신들에게 주신 온갖 좋은 선물들을 맛보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되었어요. 그리고 돈으로 바꾸어 십일조를 드리게 되면서 첫 열매를 드림으로써 수확물 전체가 거룩해진다는 생각이 점차 흐려지게 되었는데, 상업적인 요소가 제사 제도 안에 들어오게 되면서 나중에 예언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게 돼요(슥 14:21 참조).
제사가 한 성소에서 이루어지게 되면서 지역 성소를 섬기던 레위인들은 수입을 잃게 되었는데, 성서는 이들에 대해서 두 가지로 배려해요. 이들을 제사 식사에 초대하고 십일조의 1/3을 가난한 자들을 위한 세금으로 지정해 드리는 거예요.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것들은 어려운 이들을 도우라고 주셨다는 신앙 고백이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거예요. 구약성서가 단순히 십일조가 곧 복을 주기 때문이라든지, 어떤 신앙적인 이유만을 앞세워 십일조를 바치라고 했던 건 아니에요. 십일조는 성소 봉사자들을 위해서 쓰이는 철저하게 현실적인 헌금이었어요. 그리고 성소 봉사자들을 위하는 것 자체가 신앙적인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에 비추어 보았을 때, 오늘날의 십일조는 어떤 의미일까요? 십일조를 꼭 해야 할까요? 교회를 운영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재정이 필요해요. 십일조는 교회 운영에 가장 보탬이 되는 헌금으로써 그 기능을 행하고 있고요. 뿐만 아니라, 구제와 봉사에도 당연히 재정이 들어가요. 십일조를 드려 교회를 통해서 이 일을 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구제를 하고 있다면 그것도 십일조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재정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선물임을 고백하는 것, 그리고 내가 의지하고 믿는 것이 돈이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 십일조가 가지는 의미예요. 이 모든 일들을 기쁨으로 할 수 있다면 십일조 하세요. 개인적인 신앙 고백의 의미가 와 닿지 않거나, 교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감당할 재정적 수준이 안 되면 무리해서 하지 마시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하실 거면 기쁘게 하시고, 안 하실 거면 죄책감 없이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