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람은 그의 아버지인 데라와 함께 하란이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었어요. 하란은 그 당시 농사가 매우 잘 되는 지역 중에 하나인 초승달 지역에 있는 도시였어요. 그래서 아브람은 끼니에 대한 걱정을 별로 하면서 살고 있지 않았을 거예요. 그때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하세요.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그 당시 개인의 안전은 가족 공동체를 통해서만 보호 받을 수 있었는데요. 지금 하나님께서는 아브람에게 너의 생명을 보호해주고 안정감을 주는 집과 가족을 떠나라고, 네가 살아남기 위해서 의지하고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떠나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사실 아브람의 조상에게 이러한 일은 익숙한 일이었어요. 아브람의 조상들은 가축의 먹이를 찾아 끊임 없이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는 유목민이었거든요. 그래서 아브람의 조상들은 집과 가족이 주는 안정감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고, 꼭 그만큼 야훼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었어요. 그러다가 그들이 하란이라는 풍족한 지역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환경이 달라졌어요. 그렇게 조금씩 생활이 안정되고 풍요로워지면서 동시에 그들은 불확실한 곳을 향해 자신의 존재를 내던질 용기를 잃어버리게 되었어요. 역사가들에 따르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풍요를 가져다 주는 '달의 신'을 섬겼다고 하는데, 아브람과 하란도 아마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예요.
역사의 반전은 하나님의 부르심과 그 부르심에 순종하는 이들을 통해서 일어나요. 하나님께서는 배부름과 안정을 우상으로 삼는 무리들 안에서, 자신을 신뢰하며 배고픔과 불안을 선택할 사람들을 부르세요. 하나님께서는 아브람에게 정확한 위치를 말씀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아브람은 자신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어요. 그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낯선 곳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여정은 자신의 조상들이 유목민으로서 살아가며 가졌던 용기와 꼭 닮아 있는 행동이었고요.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분명하게 알 수 있어요. 사랑은 두려움을 이기는 힘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내딛는 힘이에요.
아브람의 순종에 하나님께서는 복을 주세요. 복으로 번역된 히버리어 '바락'은 번식력을 의미하는데요.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주신 복은 현재의 완전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미래적 가능성을 의미해요. 그러니까 하나님께서는 아브람에게 내가 지금 너를 완전하게 하겠다는 복이 아니라, 내가 너를 온전하게 빚어 가겠다는 약속이었어요.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내딛는 작은 발걸음들과 함께 하시며 우리를 아름답게 빚어 가시고 인도하실 거예요. 아브람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한 나이는 75세였어요. 그는 생물학적으로 노인이었지만 그의 신앙과 정신은 청년이었던 거지요. 아브람의 순종 이야기가 여러분의 존재에 깊게 새겨지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