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얼핏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담은 실제로 존재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창세기는 인간이 자기-중심적인 존재라고 이야기 한다."가 중요하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그렇게 말씀 드린 이유는 바로 '아담'이 특수한 인물의 이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뜻하는 히브리어 낱말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창세기를 이야기로 이해하고, 말하는 뱀이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와 같은 여러가지 문학적 장치들을 고려하면, 아담이 실존인물인가 하는 문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우선, 저는 아담이 실존 인물이라고 믿지 않는 입장입니다.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고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인간에게 하나님께서 먼저 찾아 오세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신앙의 시작은 그것이 우리의 선택이나 의지와 같은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하나님의 일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먼저 찾아 오시기 때문에 관계와 신앙이 가능해요. 하나님께서 사람(아담)을 부르시고 먼저 찾아 가신다는 말씀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해요. 신앙적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당신을 부르시고 먼저 찾아 오시고 계신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그분은 멀리 계시지 않습니다.
14절에서는 하나님께서 뱀을 저주하신 내용이 나와요. 우리가 계속 강조하고 있는 차원으로 이 이야기를 이해해보자면, '뱀은 하나님의 저주로 인해서 땅을 기어다닌다'가 아니라, '뱀이 땅을 기어다니는 것에 대한 고대인들의 해석이 이러했구나'라고 이해하는 게 맞아요. 신화나 전설과 같은 이야기들이 의미 있는 건 우리 주변에 있는 여러 현상들을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그래요. 우리는 과학의 시대에 접어 들면서 다양한 현상들의 이유를 알고 있지만, 고대인들은 과학이 없었으니까 다른 방식으로 현상을 해석해야만 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뱀은 간교하게 생기기도 했으니까 사람을 유혹하는 존재로 등장했고 그래서 신에게 벌을 받아 기어다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거예요.
15절은 그리스도교의 전통적인 해석에서 여자의 자손이 곧 예수님을 의미한다고 해석해 왔어요. 뱀은 악마의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고, 15절의 자손은 단수형으로 쓰였기 때문에 여자의 자손인 예수님이 뱀으로 상징되는 악의 세력을 다 무너뜨릴 거라는 해석인 거죠. 우리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고, 그래서 우리는 성서 종교가 아니라 예수 종교를 믿고 있다는 건 맞아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성서의 구절이 예수를 지시한다고 해석하는 건 그 구절 자체가 가지는 의미를 놓치게 만들어요. 이를 그리스도론적 해석이라고 말하는데, 구약성서를 그리스도론적 해석의 토대 위에서 보는 건 언제나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잘 들어맞지 않는 해석은 오히려 성서의 본래의 메시지를 해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성서 읽을 때 예수님 좀 가만하 놔 두자고 하고 싶었어요.